헝거게임 영화

헝거 게임 : 판엠의 불꽃
제니퍼 로렌스,조쉬 허처슨,리암 햄스워스 / 게리 로스
나의 점수 :










세계는 강력한 지배자가 있어야 하는 것인가?
12개 구역의 주민들의 반란,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위해 헝거게임은 시작됩니다.
인간은 완전한 자유를 줄 때도 문제가 생기지만 지나친 억압 앞에서도 반란이 일어납니다.  모든 것이 적당하게 구성되어야 안정감을 얻는 것이 인간인가 봅니다.
인기 있는 프로가 모든 국민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고, 그 프로그램 속에서 활약을 해야하는 출연자들은 TV시청자들의 구미에 맞는 재미있는 프로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관심속에서 시작되는 헝거게임은 요즘 우리나라에서 한창 뜨고 있는 가수를 뽑는 오디션이 생각나게 합니다. 보는 시청자들은 재미있게 보지만 오디션을 보는 당사자들은 아마도 헝거게임 못지않은 고통을 감내하며 무대에 오를 겁니다. 정부에서 주는 배급을 먹었다는 이유로 추천 명단에 올라가고, 그 명단으로 제비를 뽑아 헝거게임의 당사자가 됩니다. 살기위해 배급을 받았지만 그로 인해 죽음의 당사자가 되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최첨단의 장비로 지배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되는 헝거게임은 진행되고, 그 속에서 살기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게임당사자들은 원시림과 같은 자연속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죽여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 지배자들은 최첨단의 장비를 이용하여 힘없는 사람들을 조정하며 가지고 노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도 역시 먹고사는 문제앞에 지배자에게 어쩔 수 없이 조정되고 끌려다니고 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으로 똑 같이 태어났음에도  지배자의 잔악함 속에서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며 살아야 하는 연약한 인간말이지요. 하지만 바늘로 찔러도 피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빈틈없는 상황속에서도 그 잔악함을 이길 수 있는 무기가 있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세지가 아닐까요? 세상 살기 어려워서 하루에 4.2명의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현실속에서도 정의가 살아있고 그 정의 앞에 따뜻한 사랑이 있을 때 세상은 변화될 수 있다는 메세지 말이지요.
요즘, 학교폭력으로 인해 많은 기사가 뜨고, 걱정들을 많이 합니다.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알려진 것은 학교폭력의 문제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는 의미에서 다행한 일이지만 차분히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연일 학교폭력이 기사화 되고... 성과주의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를 하게됩니다. 학교현장에 상담사들이 배치되고, 그들이 실질적으로 학생들과 만나며 학교안에 사랑의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차분한 지원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헝거게임을 보면서 계속해서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사회와 똑 같구나... 지배자와 피지배자, 가진자와 갖지못한 자, 최첨단과 원시림, 잔인함과 사랑...
모든 문제는 우리 안에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신비한 사랑입니다.

오늘 영화

오늘
송혜교,남지현,송창의 / 이정향
나의 점수 :










오늘,
누군가는 가장 살고 싶었던 시간.
우리는 진정한 용서를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용서에는 3가지가 있다고 이정향 감독은 말했다.
가해자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피해자가 마음 깊이없이 그냥 용서한다고 하는 용서(용서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가짜용서)
가해자의 사과를 받고 상방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진정한 용서,
가해자의 사과를 받지 못했지만 가해자를 미워하며 지내며 내 삶을 파괴하며 지내기보단 내 삶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가해자를 한 쪽으로 밀어놓는 용서.
아버지를 진정으로 용서하고 싶었던 딸 지민(남지현)의 요구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던 아버지로 인해 지민은 다혜(송혜교)의 약혼자를 죽였던 피해자 처럼 남을 헤하지 않는 대신 자신을 서서히 죽이고 있었다.
딸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했다면 그 가정은 참으로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렵지 않게 풀수 있는 문제를 한 인간의 삶을 모조릴 빼앗아 버릴 정도로 큰 일로 만들어 버렸다.
오토바이 사고로 약혼자를 하루 아침에 잃은 다혜는 가해자를 용서하고 탄원서 까지 제출해 주었지만 그 가해자가 새 삶을 살아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 사람을 더 살해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니, 자신이 용서해 주지 않았더라면, 가해자의 사과를 받고 죄값을 치르게 하고 마음으로부터 용서의 마음이 들 때 용서해 주었더라면... 용서라는 가면을 뒤집어 쓰고, 그 가면 뒤에 숨어 진실을 볼 용기를 내지 못했던 다혜는 가해자들을 향한 다큐를 만들게 된다.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정으로 용서할 마음이 생길 때 까지 기다린 후에 하는 것이 진정한 용서다.
죽음에 관심이 많은 나는 슬픔을 맞은 사람들에게 애도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함과 더불어 용서도 진정으로 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후에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행복한 성공을 바란다면 진로

행복한 성공을 바란다면


한국교육개발원 원장부모들은 자녀들이 공부를 잘해 성공하길 바란다. 동시에 행복한 삶을 살길 원한다. 그러나 최근 학교폭력, 성적비관 등으로 인한 자살 사태를 보면서 부모나 교사, 나아가 우리 사회가 후세들에게 행복보다는 성공을 너무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행복 없는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에서 대개 최상위권(세계 5위 이내)의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1.7배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얻은 결과임을 유념해야 한다. 공부하는 데 시간을 더 많이 투입한다는 것은 대신 다른 것들은 하지 못하고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학생들이 공부 때문에 희생하고 있는 것들을 외국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정직, 신뢰, 약속, 배려, 봉사, 나눔, 소통, 협동 등을 실천함으로써 체득할 수 있는 ‘사회적인 능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 국가 중 20위 수준이다. 좋아하는 마음, 공감, 연민, 지적 호기심, 헌신, 탐구, 개척정신, 자신감 등 감성의 발달을 필요로 하는 ‘정서적인 능력’은 세계 40위에서 50위 수준이다. 여기서 사회적·정서적 능력이란 자신과 다른 학생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가지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형성,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더불어 자신의 감정을 관리할 줄 알며,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가리킨다. 만약 학교폭력의 원인이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면, 학생들의 좋은 학업성적이 실제로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의 발달을 혹독하게 희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성공의 지름길로 생각하고 있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오로지 성적에 매달리게 해야만 할 것인가? 이런 교육을 그대로 계속해도 괜찮은가? ‘공부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거나 ‘성공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신념이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 결과와 변화 동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30여만 명의 학생이 참여한 200여 개의 연구를 기초로 ‘사회·정서교육을 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에 학업성취도를 분석하여 비교했다. 그 결과 사회·정서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정서교육을 받은 학생은 더 높은 학습동기와 더 나은 수업태도를 가지고 학교생활에 전념함으로써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들은 또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친(親)사회적인 행동을 보여 주며, 부정적· 파괴적인 행동을 적게 보여 주었다. 사회·정서교육이 훌륭한 인성을 길러줌은 물론 성적도 향상시켜준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그래서 미국 의회는 지난해 이러한 많은 연구결과를 반영해 ‘지적인 학습과 사회·정서적인 학습을 균형 있게 하도록 촉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국제사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제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학생들의 사회·정서적인 능력을 키워 주는 인성교육을 더욱 충실히 실천해야 한다. 그동안 공부 때문에 소홀히 생각했던 인성교육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새롭게 인식할 때가 되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오히려 학생이 먼저 행복해지면 공부도 더 잘하고, 더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우리 사회 모두가 가져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사회·정서적인 능력을 먼저 키워 주지 않으면 자녀가 행복해지지 않을뿐더러 결과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먼저 부모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뀌고, 아이들이 행복해진다. ♥ [중앙일보]입력 2012년 03월 30일한국교육개발원 원장 기고자 : 김태완



언터처블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
프랑수아 클루제,오마 사이,오드리 프레우로 / 올리비에르 나카체,에릭 토레다노
나의 점수 :










상위 1% 귀족남과 하위 1% 무일푼이 만남이다.

하위에 속하는 드리스,
나쁜 환경은 나쁜 사람으로 살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자꾸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환경말이다.
생활보조금을 받기위해 간병인 면접에 갔던 드리스, 귀족남 필립은 드리스를 보는 눈이 달랐다. 나라면 과연 드리스 같은 사람을 간병인으로 써볼 생각을 했을까? 강도 경력에 말투도 불량하다. 어째든 필립은 드리스를 고용함으로써 새로운 삶에 눈을 뜬 듯하다. 필립은 자신이 그리스를 고용함으로써 맛볼 수 없었던 많을 것들을 느끼고 즐기게 된다. 어쩜 필립이 드리스를 믿어서가 아니라 그를 그냥 사랑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고 그의 단점보다 장점을 보게 만드는 것이니까. 결국, 남에게 베푼 그것 때문에 필립은 더 많은 것들을 얻게 된것이다.
필립이 드리스를 좋아하게 된 것도 드리스가 필립을 하나의 정상인과 같이 대했고 또한 진정성를 가지고 대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좋은 환경에 있었더라면 좀 더 멋지고 좋은 사람으로 살아갔을 텐데... 우린 주변에서 그런 안타까운 사례들을 많이 본다.

귀족남 필립와 하층민 드리스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각박한 세상이라며 아우성인 이 시대에 이런 아름다운 사랑을 나눠간다는 것이 그들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건축학개론 영화

건축학개론
엄태웅,한가인,이제훈 / 이용주
나의 점수 :










아련한 옛연예 시절을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 봄직한 시절,
사랑하는 사람때문에 가슴설레고, 사랑하는 사람때문에 마음 아팠던 시간.
사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 거부감 없이 영화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그런 영화다.

대학시절 그렇게 아린 사랑을 한 여인을 10년이 넘었다고 잊을 수 있을까?
자신의 집을 짓기위해 첫사랑의 남자를 찾아간 서연(한가인분)을 몰라보다니...  거기서부터 승민(엄태웅분)은 자신의 캐릭터를 찾지 못한건 아닐까? 언제 어디서 본다한들 첫사랑의 그 여인을 만났을 때의 그 감정연기는 실망스럽다. 연기는 얼굴표정과 감정, 그리고 목소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엄태웅(승민)은 진지하지 못하고 경망스럽다. 자신의 캐릭터를 완전 소화하지 못하고 연기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엄태웅을 좋아해서 그런지 많이 안타까웠다.

그렇게 사랑해서 결혼하여 살고 있는 많은 부부들이 풋풋한 옛사랑을 돌아보고 싶을 때 다시 보고 또 다시 보고픈 그런 영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계층이 다르면 꿈조차 달라지는 이 암울한 세상 진로

[분수대] 계층이 다르면 꿈조차 달라지는 이 암울한 세상

[중앙일보] 입력 2012.03.14 00:00 / 수정 2012.03.14 00:00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어린 시절, 곤란한 질문 중 하나가 “너 커서 뭐가 되고 싶냐”는 어른들의 질문이었다.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면 “어떻게 된 녀석이 꿈도 없냐”는 놀림 겸 핀잔을 듣곤 했다. 사실 딱히 뭐가 되고 싶다거나 뭐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다. 어렴풋이나마 미래를 그려보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였다. 요즘 아이들은 확실히 조숙하다. 구체적으로 꿈을 꿀 줄 안다. 얼마 전 대구광역시에 있는 두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조사했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대구의 8학군 격인 수성구에 있는 A초등학교의 경우 절반 가까운 47%가 의사, 교수, 판사, 검사, 변호사, 외교관 같은 전문직이나 고위 공무원이 꿈이라고 대답했다. 반면에 임대 아파트가 밀집한 변두리 동네의 B초등학교에서는 교사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A학교에서는 유엔 사무총장, 로봇 공학자, 경영 컨설턴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희망한다고 적은 학생들도 있었지만 B학교에서 그런 꿈을 가진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대신 A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빵사, 요리사, 네일아티스트, 킥복싱 선수, 동물조련사, 사육사 등을 장래 희망으로 적은 학생들이 있었다(대구MBC, 오마이뉴스 공동조사).

 A학교 재학생 아버지의 86%가 대졸 이상인 데 비해 B학교는 67%가 고졸 이하다. A학교 아버지의 35%가 전문직 및 고위 공무원인 데 비해 B학교는 3.6%에 불과하다. 계층에 따라 아이들의 꿈도 달라지는 이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하나. 고소득과 안정성을 중시하면서도 적성과 능력을 고려하고, 오르지 못할 나무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우리 아이들이 영악해진 것일까. 아니면 주변에서 보고 듣고 배운 학습의 결과일 뿐인가.

 개천에서 용은 더 이상 나기 어렵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0대의 78.8%가 부모의 지위에 따라 자녀의 계층이 결정된다고 믿고 있다. 또 75.5%는 노력해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인정을 받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64.4%는 한번 낙오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40대의 71%는 패자부활의 기회가 없다고 믿고 있다.

 부(富)의 세습과 빈부 격차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 격차가 지금처럼 벌어진 적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패자도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이다. 그리고 한번 낙오했다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패자부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인은 자신이 속한 계층에 관계 없이 좌절하지 말고 재도전하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고, 사회는 낙오자들을 보살피며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계층의 격차가 꿈의 격차를 낳는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꿈조차 자유롭게 꿀 수 없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화차 영화

화차
이선균,김민희,조성하 / 변영주
나의 점수 :










모든 사람이 행복해 지기위해 살아갑니다.
강선영... 차경선...
경선은 계속 남의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이라 생각했을까요? 결국  신이 인간을 만들때 양심이란 걸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그럴 수 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면 할 수록 늘어나는 건 빚과 거짓말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죄에 대해 용서를 비는 것이 죄를 안고 살아가는 것보다 더욱 용기가 필요함을 새삼 느낍니다.
자신의 잘 못도 아닌데 그 덫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경선의 처절한 몸부림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합니다. 내가 경선의 처지에 있었다면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힘들었던 전 남편의 선택을 나무랄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이런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용기를 내서 살아보라는 말은 사치에 불과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처지에서도 견뎌내며 살아내야만 하는 사명을 갖고 인간은 세상에 태어났고 길게만 느껴지는 세상살이는 신의 입장에선 잠깐 머무는 곳일 뿐입니다. 경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계속 살아내라고 하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부탁일지 모르지만 조금만 더 참아라! 끝까지 견디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찬란한 영적세계의 보상이 기다릴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성감독이 만든 영화, 앞으로도 계속 활발한 활동을 기대합니다.
우리나라에 스릴러 작품이나 SF작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원작이 아닌 우리나라 원작이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입니다. 영향력있는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랍니다.
어느 신문에서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년간(?) 신발값 보다 책값을 더 적게 쓴다는 통계를 본적 있습니다. 슬픈 일입니다.
이렇게 가다간 괜찮은 작가 한 사람 없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이선균이 재천에 내려가 억울한 누명을 썼을 때의 분노의 연기는 매우 공감할 수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좀 산만한 감이 있습니다. 절재되어야 할 감정표현이 흡족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동물병원 의사로 이선균은 잘 어울립니다.
조성아(종근)의 연기는 일품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몰입할 수 있었던 볼만한 영화라 생각됩니다. *


‘너 몇 살이야’ 어른들 토론이 애들만도 못한 경우 많죠 어린이

대립토론 교육 전파하는 평생 교육자 박보영[중앙일보] 입력 2012.03.03 01:32

‘너 몇 살이야’ 어른들 토론이 애들만도 못한 경우 많죠

박보영(64) 대립토론교육연구회 회장은 1969년 처음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그 뒤로 40년을 ‘초등학교 선생님’이란 타이틀로 살았다.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그 어떤 직업보다 중요하다고 믿어왔다. 광양제철초등학교 교장 시절, 그는 피에로 복장에 빨간 코를 달고 입학식장에 등장했다. 아침이면 교문 앞에서 일일이 학생들과 악수하며 “어서 오너라”며 등교를 반겼다. 그가 교사란 직업만큼이나 ‘신봉’하는 것이 ‘대립토론(debating)’이다. 20년 넘게 토론 기법을 연구하고 가르쳐 왔는데 퇴직 뒤에도 전국을 돌며 교사 후배들에게 지도법을 강의하고, 학생들에게 수업도 직접 하고 있다. “우리는 뜨거운 교육열 속에서도 늘 뭔가 갈증을 느껴왔어요. 그걸 풀 수 있는 게 대립토론이라고 믿어요.”

글=이소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토론과 대립토론이 다른 건가.

 “다르다. 토론은 논쟁을 할 때 원칙적으로 토론자끼리만 발언을 한다. 하지만 대립토론은 ‘두 팀’이 규칙에 따라 논쟁을 벌이는 거다.”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축구경기를 떠올리면 된다. 인원수가 정해져 있고 규칙이 있고 심판이 있고 승부를 낸다. 대립토론도 똑같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대항하는 두 팀으로 나눈다. 이때 팀은 자기가 좋아하는 입장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추첨으로 결정한다. 그 뒤에 규칙에 따라 토론하고 승패를 결정한다. 한마디로 ‘말로 하는 경기’다.”

●주변에 대립토론 사례가 있을까.

 “TV에서 하는 ‘100분 토론’ ‘심야토론’ ‘시사토론’ 등은 그냥 토론이다. 그나마 ‘백지연의 끝장토론’이 대립토론에 가깝다.”

 대립토론의 기본형태는 ‘찬성 측 입론(주장 내세우기)→반대 측 입론→반대 측 반박발언(반론)→찬성 측 반박발언(반론)→반대 측 최종발언→찬성 측 최종발언’이다.

 이를 의회식 토론으로 옮기면 ‘총리의 입론(7분)→야당 당수의 입론(8분)→여당의원의 입론(8분)→야당의원의 입론(8분)→야당 당수의 반박(4분)→총리의 반박(5분)’이 된다. ‘월드스쿨디베이팅챔피언십(WSDC)’ 등 세계적인 토론대회들이 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이들이 대립토론을 하면 뭐가 좋은가.

 “토론을 잘하려면 신문, 책, 자료를 많이 읽어야 한다. 독서력이 향상되는 거다. 또 반드시 근거를 가지고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통계자료를 활용하는 능력, 논리 있게 말하는 능력이 길러진다. 이게 글로 하면 논술이지 않나. 안건을 위해 뭘 어떻게 조사할지 판단하는 능력도 생긴다.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분이 남긴 다섯 평짜리 토담집을 헐지 말지 말이 많았다. 이 주제로 대립토론을 시켰더니 아이들이 녹음기를 들고 경북 상주 문중까지 가서 인터뷰를 하고 조사를 해 오더라.”

●주로 무슨 주제를 선택하나.

 “아주 다양하다. 역사드라마는 사회공부에 도움이 되는가, 대의민주주의는 유효한가, 집안일을 하고 대가로 돈을 받는 게 맞는가, 핵실험이 우리에게 필요한가, 악성 댓글 처벌법을 만드는 게 좋은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립이 옳은가 그른가 등 시사적인 주제도 많다.”

●초등학생들에겐 너무 어려운 거 같다.

 “보통 수업은 4학년 때부터 한다. 시사적인 주제를 주면 처음엔 어려워하지만 그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조사한다. 그렇게 해서 토론이 끝나면 환호성을 지르면서 좋아한다. 심지어 ‘조사해보니 같은 사안에 대해 언론매체마다 통계 해석이 다 다르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서로 이기려고 공격성을 띠거나 지나친 경쟁심이 생기진 않나.

 “하하. 그 반대다. 2인 이상 팀을 이루기 때문에 협동이 필수다. 혼자만 잘한다고 팀이 승리할 수 없다. 감정조절 능력도 생기더라.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 주장하는 바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거나 전달할 수 없으니까. 지위 높은 어른들이 토론을 한답시고 얼굴 붉히고 언성 높이며 결국엔 ‘너 몇 살이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립토론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오히려 침착하다.”

●애들이 더 쉽게 감정이 상할 것 같은데.

 “말했듯이 대립토론은 추첨을 통해 찬성과 반대 측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4대 강 개발을 개인적으론 반대하지만 찬성 입장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거다. 그러면 자연히 하나의 안건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게 되고 상대방의 입장을 돌아보게 된다. 감정보다는 객관적 근거와 논리를 따르게 되는 거다.”

●대립토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뭔가.

 “1992년에 포스텍의 김병원 교수(현재 언어사고개발원장)를 만나서 처음 알게 됐다. 미국·영국·호주 같은 선진국에선 100년 전부터 학생들에게 이런 교육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무릎을 탁 쳤다. 그날부터 학교 현장에 토론문화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왔다.”

●솔직히 초등교사에게 시급한 과제는 아니잖나.

 “나는 늘 교육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대립토론은 스스로 연구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드는 좋은 교육법이다. 교육엔 AS(애프터서비스)가 없다. 어릴 때, 사전에 서비스를 다하는 BS(비포서비스)가 중요하다. 이러니 왜 대립토론 교육이 시급하지 않겠나.”

●대립토론이 인재를 만드는 건가.

 “그렇다고 확신한다. 문제에 부닥쳤을 때 스스로 계획하고 해결하는 사람, 수천·수만 명의 사람에게 좋은 도움을 주는 창의성을 가진 사람, 자기 능력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으로 자라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 최초로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연설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다. 그는 초·중·고등학교 때 이름을 날리던 디베이팅 선수였다.”

 박보영 회장은 초등학교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평교사 시절에 야간대학과 대학원에 다니며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그리고 1998년엔 교육학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대학이나 다른 기관에서 ‘러브콜’을 보내도 고사했다. 토론뿐 아니라 아이들의 식단을 ‘두뇌음식’으로 바꾸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 일명 ‘FIC음식 반대운동’이다. 튀긴(Fried) 음식, 인스턴트(Instant) 음식, 탄산(Carbonated) 음료 대신 두뇌에 영양을 공급해 주는 견과류, 씨앗류, 오메가3 등이 듬뿍 든 유기농 음식을 급식에 반영한 것이다.

●학부모들 반응이 어땠나.

 “처음엔 번거롭다는 이유로 반대도 많았다. 그래서 설득하는 가정통신문을 시리즈로 보냈다. 끝에는 ‘교장 박보영’ 대신에 ‘늘 학생들의 교육만을 생각하는 박보영이 보냅니다’라고 썼다. 결국 나중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셨고 식단을 바꾼 지 7주 정도 지나니까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격도 차분해지고 성적도 올라가고.(웃음)”

●교육에 대한 소회가 남다르겠다.

 “우리 교육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이 아니다. 정책입안자가 바뀌면 실적 챙기기 식으로 바뀌는 국적 없는 교육이 계속돼 왔다. 교과서의 시녀 같은 교육, 시험 점수만 잘 받으면 되는 내비게이션 교육, 요리책 교육 탓에 인성교육도 많이 상처를 받았다.”

●그 책임은 교사에게도 있지 않나.

 “맞다. 학교가 언제부터 이렇게 불안정한 곳으로 변했는지 안타깝다. 교내폭력, 괴롭힘, 등교거부, 왕따 같은 현상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교사는 이런 현실을 ‘당연하다’고 체념하면 안 된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학교의 존재이유를 호소해야 한다. ‘학교가 왜 필요한지’ 합리적 근거를 대고, 학부모와 학생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학교 교육은 설 땅이 없어질 거다.”

●부모들은 어째야 하나.

 “아이는 아버지, 어머니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서 인성을 키워간다. 그것만 생각하면 된다.”

●세월이 지나도 제자들이 많이 찾을 것 같다.

 “하하. 대립토론 교육자로 알려지면서 더 연락이 잘되는 것 같다. 3학년 때 가르쳤던 제자가 교육사이트 동영상을 보고 37년 만에 연락을 해 왔다. 바이올린을 전공했다더라. 그 덕에 지난 연말엔 오보에 연주자로 유명한 성필관씨와 플루트 연주자인 그 부인이 부암동 레스토랑에서 연 콘서트에 참석하기도 했다. 감사한 일이다.”

●여전히 바쁜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국궁을 좋아한다. 1년 반 정도 됐는데 집중력이 생기고, 단전호흡도 돼 아주 좋다. 난 우리 것이 너무 좋다. 디베이트란 말 대신 대립토론이란 말을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언론에서도 한글을 많이 써 줬으면 좋겠다.”


j 칵테일 >> 후배 교사들에게 주는 조언

박보영 회장은 전국 40만 초·중·고 교사 후배들에게 “ST를 PR하면 ND에 이른다”고 강조한다.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늘 공부(Study)와 수업(Tuition)을 준비(Prepare)하고 연구(Research)하면 네트워크(Network)와 인생설계(Design)가 구축된다”고 풀이해준다.
 
공부 교사는 평생 공부를 해야 자기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평생교육 시대에 교사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수업 교사의 생명은 수업이다. 자기만의 노하우로 알찬 수업을 만드는 것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수업은 창조활동이다.

준비 계기가 와서 성공하는 게 아니다. 준비를 계속하고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연구 왜 교육문제를 논하는 사람들은 죄다 교수와 연구원인가. 교사도 연구하고 논문 쓰고 기고해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현직 교사들의 연구가 활발하다.

네트워크 인적 네트워크 시대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라. 교육적 목적이라면 전 세계 사람들이 도와준다.

디자인 80세까지 70만800시간이 있다. 60세에 은퇴해도 그때부터 나머지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목표를 정해 놓고 나이마다 어떻게 할지 역산해 설계해 보자.


WhatMattersMost?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인간적인 삶이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런 인성은 초등학교 때 기틀을 잡아야 한다. 초등학교 6년이 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기간이다. 기본 바탕을 이루는 교육으로 끌어가야 하지 않나.”

서울대 명의 "말기암환자 치료중단 권하면…" 죽음

서울대 명의 "말기암환자 치료중단 권하면…"

[중앙일보] 입력 2012.03.03 01:32 / 수정 2012.03.03 08:31

[j Special]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센터장 … “임종의 질 논의해야 합니다”
생의 마지막 고귀한 시간, 환자가 결정하고 누려야죠

‘암(癌)은 앎이다’라는 말이 있다. 건강할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아픈 몸을 통해 새롭게 배운다는 의미다. 일과 삶의 의미, 시간의 가치, 가족과 친구들의 소중함까지…. 그러나 안타까운 면도 있다. 끝내 완치되지 않는 경우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센터장 허대석(56) 교수는 그 암과 앎의 현장에서 30년을 보내온 의사다. 독특한 것은 임상·연구·행정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 그의 이력이다. 첨단 치료법 연구에 매달려온 그는 악성 림프종 치료 분야에서 ‘명의’로 손꼽히지만, 지난 3년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원장을 맡아 의료 연구와 행정을 지휘했다. 또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과 호스피스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도 앞장서 왔다.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 12층 연구실에서 허 교수를 만났다. 그는 “의료는 질환만을 다루는 단순과학이 아니다. 사회·문화의 흐름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융합학문”이라고 강조했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암 치료기술 많이 발전했지만 …

●요즘 많은 사람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질환이 암인데요. 30년 전에 종양내과(악성 종양, 즉 암의 진단과 치료를 다루는 진료과)를 선택하셨죠.

 “그때 종양내과를 선택한다고 하니까 동료들이 농담으로 ‘장의사’가 되려고 하느냐고 했어요. 당시만 해도 사망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직업상 사람의 죽음을 많이 보는 현장에 있는 셈이죠.”

●그런데 왜 종양내과를 선택하신 거죠.

 “진행된 암이라는 것, 굉장히 부정적인 면이 많지만 그런 만큼 도전할 기회가 많은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가서 할 일이 많겠구나, 치료법을 개발해야겠구나 생각했죠.”

 실제로 허 교수는 새로운 치료법에 관심을 기울였다. 미국 피츠버그대 암연구소와 미시간대에서 4년간 면역치료, 유전자 치료 등을 연구했다. 특히 악성 림프종(임파선암) 치료성과를 높인 그는 국내 림프종 연구와 치료에서 최고 평가를 받는 의사로 꼽힌다.

●지난 20~30년간 암치료가 획기적으로 발달했죠.

 “물론이죠. 진단도 빨라지고 정확해졌죠. 다양한 항암제가 개발되니까 치료 성과가 좋아지고 암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졌고요. 하지만 모두가 완치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환자를 낫게 하지 못하면 의료의 실패라고 여기는 생각이 너무 지배적이에요. 끝도 없이 완치를 위한 실험실 연구에만 매달리기에는 현장에는 너무 많은 고통이 있어요.”

 그가 환자를 만나며 무엇보다 안타까워한 것은 ‘3분 진료’였다. 과거에 하루에 암환자를 100명씩 봐야 하는 상황에서 쫓기듯 일했다. ‘냉정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사실 3분 사이에 처방을 내고 그런 거는 괜찮아요. 문제는 항암제를 처방하다가 어느 시점에 가면 항암제가 치료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더 이상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생기는 시기가 있다는 겁니다. 기술적으로 이런 때를 ‘말기’라고 하는데, 이때부터는 평균 생존기간이 약 11주 정도가 돼요. 사실 그때는 항암제를 중단하는 게 환자를 위하는 일인데, 이런 상황을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3분’ 이내에 설명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죠.”

 허 교수는 이것을 가리켜 “잔인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그만 하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말이냐’ ‘이제 집에 가서 (죽음을) 기다리라는 뜻이냐’며 격하게 반응하기 일쑤였다. 환자 가족들은 언젠가 그런 순간이 오리라 짐작을 하기도 하지만 막상 소식을 접하면 쉽게 수용하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거나 실신하거나 불같이 화를 냈다. “최대한 객관적이 되려고 했지만 쉽지도 않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못하는 게 항상 아쉽고 미안했습니다.”

 그는 1991년 병원 안에 ‘등불’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의사와 간호사, 약사, 사회복지사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병원 내의 별도 상담 모임이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봉사’에 머물게 아니라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호스피스 활동을 지원하는 의료 제도를 정부에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되고 있어요. 대만, 일본도 2000년대 들어 호스피스를 제도화했는데 한국은 아직 바꾸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정확히 무엇이 문제죠.

 “현재 의료제도가 환자를 완치시키는 데만 집중돼 있어 그 ‘완치’ 대상이 아닌 환자들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겁니다. 임종 한 달 전 시점에서 항암제를 쓰는 비율이 미국이 10%인 데 반해 한국은 30%에 달합니다. 과잉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죠. ”


시간의 질(質)을 생각해야

 첨단 치료법 못잖게 지난 20년간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 ‘임종의 질(質)’에 대한 부분이다. 말기 암환자의 임종과정에서 심폐소생술 등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고통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사실 가족들은 연명치료를 하는 게 ‘도리’라고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에게 기술을 적용하면 생명은 연장할 수 있죠. 이것을 어디까지 해야 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이렇게 병원에서 뭔가 끝없이 하다가 눈을 감게 하는 게 정말 환자를 위한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항암제를 계속 쓰면 오히려 환자에게 좋지 않을 것 같다. 안 쓰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리면 모두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최선이 뭔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죠.”

●어떻게 다른가요.

 “그 최선이라는 게 치료하다가 나빠지면 중환자실 가서 인공호흡기 달고, 다시 항암치료하고, 다시 중환자실 가고…. 끝까지 뭔가를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고통받는 시간만을 연장시키는 측면이 있거든요. 시간의 의미를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도 사람들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사회문화적인 요인이 크죠. 병원에서 말기 암환자 가족(20 가족)을 상대로 조사한 적이 있는데, 환자와 가족이 (환자가 세상을 떠날 경우를 대비해) 솔직하게 대화하고 있는 경우는 일곱 가족에 불과했어요. 대부분은 진정한 의미의 대화를 거의 못하고 있고요. 어떻게 보면 당사자의 일에 환자 본인이 고립된 측면도 있어요. 환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를 정리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는 거죠. 의료진은 제도가 방어를 안 해주니까 방어적인 진료를 하고 있고요.”

 허 교수는 한국에서 한 해에 약 18만 명이 만성질환을 앓다가 사망하는데, 이 환자 중에서 임종 직전에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달고 사망하는 환자가 3만 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는 “매년 3만 명 이상의 환자가 인생 마지막의 귀한 시간을 제대로 가져보지 못하고 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 사회가 이것을 정면으로 논의하고, 제도 도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임종을 어떻게 맞느냐가 ‘제도’와 어떻게 관계 있는지 언뜻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제일 큰 부분이 건강보험입니다. 예를 들면 마지막까지 항암제·인공호흡기를 쓰는 것은 보험이 적용돼요. 그런데 환자가 집으로 돌아가 진통제를 투약받으며 심리적으로 안정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호스피스에는 보험적용이 안 돼죠. 그게 가장 문제입니다. 몇 년째 시범사업만 하고 제도화하지 못하고 있어요. 제도를 결정해야 하는 기관조차도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단순히 ‘포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심리적으로 ‘포기’는 받아들이기 어렵죠.

 “그렇죠. 연명치료 중단을 ‘패배자’(루저)가 되는 걸로 여기는 경향이 심해요. 사실 그걸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자기 시간으로 보내는 게 진정한 승자(위너)인데도 병과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한국 사람들에게 그런 투쟁정신이 있으니까 경제발전을 여기까지 이룩한 것은 맞는데, 부정적 측면도 있죠. 보통 죽음의 5단계를 부인,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보호자들은 환자가 이 같은 과정을 다 거칠 기회조차 주지 않아요. 부질없는 희망 속에 고통만 겪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허 교수는 “의사로서 당연히 생명을 지켜주고 싶지만 그것이 불가능할 때는 남아 있는 삶의 소중함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증 너머 고통까지 끌어안는 의료 돼야

●현장에서 일하시며 ‘의료’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 도움을 주자, 이런 생각만 앞섰죠. 시간이 지나니 의료가 지나치게 ‘기술’ 중심으로만 흘러왔다는 점이 문제로 보여요. 예컨대 의사는 환자를 보는 게 아니라 질환을 보고 있고, 제도도 이런 쪽으로만 자리 잡았고요.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야 하죠. 의료를 보다 전인적인 시각에서 보는 게 필요해요.”

 허 교수는 통증(pain)과 고통(suffering)은 같은 용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의료가 환자의 통증을 치료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면, 앞으로는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허 교수가 그리는 바람직한 의료의 모습이다. 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전자 치료, 임종환자 연구(호스피스), 정책 등 지난 30년간 제가 해온 일은 다양했어요. 하나하나 전공하는 데 평생을 바쳐도 될까 말까 한 일들이죠. 어떻게 보면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이겠죠. 하지만 이런 경험 덕분에 의료를 한 부분만 보지 않고, 전체를 융합적으로 보게 됐습니다. 이 경험을 갖고 의료가 보다 더 사회와 교류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데 기여한다면 보람이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


종양내과 의사로 일하며 배운 것

의료의 본질은 환자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허대석 교수가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는 격언이 있다. “to cure sometimes, relieve often, comfort always”라는 말이다. 풀이하면, "의사가 완치할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가끔 환자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있다. 하지만,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는 일은 의사가 노력하면 항상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 나이가 들수록 의사가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고 했다.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것은 ‘협업’

흔히 의사의 역할을 ‘질병을 고쳐주는 사람 ’이라고 여기는데, 허 교수는 “그게 전부는 아니다”고 말한다. 환자 자신이 자신의 병을 치유하는 것이고 의사는 그 과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라는 것. 특히 암환자의 의료는 ‘팀 어프로치(team approach)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와 의사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 간호사, 봉사자가 다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허 교수가 말하는 ‘마지막 시간’ 의미

남은 한 달, 강아지 키워 보고 싶다던 열 살 소년 …


허대석 교수는 인터뷰 도중 시간의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수없이 생각했던 화두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됐다는 사례를 들려줬다.

 소아 암병동에 있었던 열 살짜리 소년은 백혈병 환자였다. 항암제 치료를 받고, 골수이식을 받는 등 많은 치료를 받았으나 어느 날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말기였다. 병원에서 ‘남은 시간이 한 달쯤’이라고 말해줬다. 이 말을 들은 소년의 부모는 고민했다. 아이를 병원에 남게 할 것인가, 아니면 집으로 데려갈 것인가, 한 달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아이를 어떻게 보내줘야 할까…. 병원에서 끝까지 치료를 받다가 눈을 감는 아이들을 숱하게 보아온 터였다. 부모는 아이가 평소에 강아지를 키우는 게 소원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한 달이나마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고, 퇴원을 결정했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간 아이는 남은 한 달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강아지를 품에 안고 웃으며 눈을 감았다고 한다.

 다음은 또 다른 사례. 몇 년 전 50대 후반에 간암을 앓다 세상을 떠난 허 교수의 사촌형 이야기다. 몇 년간 치료를 받던 환자에게 말기 상황이 찾아왔다.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허 교수는 환자인 형에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얘기를 전했다. 길어야 1~2주일이 될 거 같다고. 열심히 투병생활을 해온 터였지만, 환자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불필요한 검사는 더 이상 안 하겠다. 꼭 필요한 주사가 아니면 맞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평소에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전화로 부르기 시작했다.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대학생 딸에게 물었다. 아빠가 뭘 해주면 좋겠느냐고. 딸은 아빠가 술 한잔 걸치고 골목 입구에서부터 노래를 부르며 들어오던 게 가장 그리울 것이라고 했다. 아빠의 노래를 더 듣지 못하면 아쉬울 거라고. 아빠는 녹음기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리고 딸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허 교수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말기 상황에서 기술을 동원하면 1, 2주 시간을 더 연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병원에서 끝까지 고통받으며 눈을 감게 하는 게 최선은 아니다.”고 말했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1주일을 1년처럼 보낼 수도 있고, 1년을 하루처럼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허 대 석
 
- 1955년생. 서울대 의대 학·석사, 박사
- 미 피츠버그대 피츠버그센터 인스티튜트 연구원 (86~89)
- 서울대 의료정책연구실장(2003~2006)
- 서울대 암센터 소장(2004~2008)
- 서울대 첨단 세포·유전자치료센터장(2006~2008)
- 서울대병원 호스피스실장(98~2010)
-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2008년 12월~2011년 12월)
- 서울대 종양내과센터장(2011년 3월~)

******************************
의사는 환자를 보는게 아니라 질환을 보고 있다는 말이 와 닿는다.
의사가 자기 환자가 죽음을 맞이 하게 될 때 절망감과 안타까움이야 말로 할 수 있을까?
자신은 사람을 살리려고 의사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담당한 환자가 죽어 나갈 때 받아들이기 힘들게 된다.
하지만 의사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몸의 기능이 회복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질환보다는 사람(환자)을 봐야한다. 몇 년 전만해도 의사들이 삶의 질을 논하는 것을 거의 볼 수 없었던 것 같은데 요즘엔 시대가 삶의 질을 말하고 있어서 그런지 묻어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좋은 현상이고 이제 죽음의 현장에 있는 의사들이 실천해 보일 때이다.

한국자살자유가족대표 박인순 씨의 ‘죽음보다 힘든 삶을 견디는 법’ 죽음


동아일보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2012-02-16
03:00:00
  기사수정 2012-02-16 09:27:12

 

 

박인순 씨의 ‘죽음보다 힘든 삶을 견디는 법’

 

외아들을 잃은 뒤 자살자유가족 상담사로 나선 박인순 한국자살자유가족대표(왼쪽)가 상담자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그는 “자살자 유가족 역시 함께 밖으로 나와야 살 수 있다”며 “혼자서는 그 고통을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늘 똑같은 꿈이다. 대여섯 살 된 아들을 등에 업고 있다. 아이가 제법 무거워 포대기를 자꾸 추스른다. 눈을 뜬 아이가 “엄마, 왜 자꾸 깨워”라며 투정을 부린다. 다시 업어주니 아이는 쌔근쌔근 잠이 든다. 아이 얼굴에 손을 뻗어 본다. 보드라운 살결이 손끝에 닿을 듯 말 듯…. 그 순간 꿈이 깬다. 애가 닳아 숨이 가빠진다. 눈가도, 베개도 촉촉이 젖어 있다. 2009년 8월 3일 새벽. ‘딩동!’ 초인종 소리에 눈을 떴다.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아드님이 ○○○ 씨 맞나요?” “네, 맞는데요.” “집에 계시는지 확인 좀 해주시겠습니까?” 아이 방문을 열어봤다. 텅 비어 있었다. 화장실에도, 거실에도 흔적이 없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현관문을 열었다. 경찰은 8층 복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선 끝에는 하얀 천이 보였다. 》

○ 못난 부모 탓에 우울증 앓던 외아들이…

“아드님이 투신하신 것 같습니다.”

주위가 빙글빙글 돌았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하얀 천을 들춰 보았다. 아이가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 시신은 깨끗했다. 흘러내린 코피 한 줄이 땅으로 떨어졌을 때의 충격을 증명할 뿐이었다. 혹시 그냥 잠든 것 아닌가. “○○야!” 흔들어 깨워 봤으나 대답이 없었다.

전날은 바로 엄마의 생일이었다. 조촐한 생일파티가 끝난 뒤 아들은 “엄마, 우리 영화 보러 가요. 매트릭스요. 부활의 메시지가 담겼다던데요”라고 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 내일 가자.”
마지막 대화였다.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혹시 영화를 봤더라면 소중한 아이는 엄마 곁에 있었을까.

“CCTV를 보시겠습니까?”

차마 볼 수 없었다. 마지막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다. 장례식은 하루 만에 끝났다. 시댁에서 흉사(凶事)니 서두르자고 했다. 미처 슬픔을 느낄 틈도 없었다. 스물두 살 외아들은 그렇게 곁을 떠났다. 박인순 씨(58)는 그 후 아이 업어주는 꿈을 자주 꾼다.

종종 엄마 손을 잡고 영화를 보러 가자던 자상한 아들이었다. 교보문고에서 두세 시간은 거뜬히 앉아 있다 오는 책벌레이기도 했다. 변변한 과외 한번 못 시켰지만 명문대에 진학했다. 영리하고 따뜻한 아이였다. 모진 결심을 하리라고는 짐작조차 못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울증이 찾아왔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자살을 기도했다. 팔목에는 칼로 그은 흉터가 남았다. 상담을 받으면 호전되다가 상담이 끝나면 다시 나빠졌다. 어린 나이에 정신과를 다니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들었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극복해 낼 것이란 믿음도 컸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됐을 때 별거를 시작했다. 남편의 외도 때문이었다.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 수치심, 한편으로는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기까지 3년이 걸렸다. 엄마는 자신의 상처가 너무 아파 미처 아이의 상처를 돌보지 못했다.

동네에 별거한다는 소문이 나 이사를 갔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고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아 견디기 어려웠다. 아이는 부산 아빠 집으로 보내졌다가 서울 엄마 집으로 오가기를 반복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섯 번 이사했다.

“아이가 산 날이 8000일 정도예요. 뽑았다, 심었다, 뽑았다, 심었다…. 한 번도 뿌리를 못 내리고 살았던 거예요. 뿌리가 없으니 시들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 그날 이후 살아도 산 게 아닌 死線의 날들

이혼한 뒤 양육비 한 푼 못 받았다. 당장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막막했다. 다행히 작은 무역회사에 취직했다. 신학대에도 진학했다. 몰두할 일이 있어야 분노를 다스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길이었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晝耕夜讀). 하루 3, 4시간 자면서 버텼다. 늦은 밤이 돼서야 집에 돌아가 아이에게 저녁을 먹였다. 아침 일찍 학교에 보낸 뒤 집을 나왔다. 5년 넘게 아이는 혼자 지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신이 들었을 때 아이의 병은 이미 깊어졌다. 군에 입대했다가 사흘 만에 되돌아왔다. 팔목의 상처를 들켰고 우울증 진단이 내려졌다. 대학병원에서 본격적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6개월마다 징병검사를 다시 받았다. 완치 판정을 받아 입대하든지, 면제 판정을 받든지 해야 하는데 2년간 입대만 자꾸 미뤄졌다. 학교를 휴학한 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엄마, 나 이제 좋아진 것 같아. 평생 약을 먹을 순 없잖아요.”

약을 끊은 지 두 달쯤 지났을까. 아이는 집 앞에서 뛰어내렸다. 우울증이 그렇게 무서운 병인 줄 몰랐다. 꾸준히 치료를 받았어야 했는데, 가슴을 쳤다. 병의 원인이 부부 갈등은 아니었을까 싶어 또 가슴을 쳤다. 장례식장에서 아이 아버지를 만났다. 회한으로 흐느끼는 그를 보고 처음으로 ‘가엾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비였고 박 씨는 어미일 뿐이었다.

가족의 죽음.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든 슬픔이다. 그러나 자살은 여느 죽음과 다르다. 고통의 원인이 내가 아니었을까 하는 죄책감, 왜 나를 버렸을까 하는 분노, 떳떳하지 못한 죽음이라는 수치심 등 온갖 감정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먼저 떠난 고인을 따라가는 가족도 많다.

“1년간 누워서 울기만 했어요.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었죠. 채집당한 곤충이 산 채로 핀에 꽂혀 있는 듯한 아픔이었어요. 아무도 이 핀을 뽑아주지 못하죠.”

먹고 자는 것조차 잊었다. 무기력증에 빠졌다. 아들이 뛰어내릴 때 느꼈을 두려움부터 몸이 부서지는 통증까지 하나하나 느껴지자 숨이 조여 왔다. “오죽했으면…” 하는 주위의 차가운 시선. 따뜻한 시선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들이 불효했다. 그래도 살아야지” 하는 위로의 말은 비수가 돼 꽂혔다. 자연스럽게 가족도, 친구도 멀어졌다. 화장을 하는 것도, 옷을 차려 입는 것도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TV를 보며 웃다가도 ‘내가 이래도 되나’ 싶어 순식간에 마음이 어두워진다. 박 씨는 남 앞에서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을 ‘가면 쓴다’고 표현한다.

아들의 1주기. 아이가 떠난 날보다 고통스러웠다. 떠났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일이면서 아들의 기일인 날. 그리고 몸에서 혹을 발견한 날이기도 했다. 림프샘에 종양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덤덤했다.

“간단한 수술이면 됩니다.”

의사의 말에 ‘차라리 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마음으로 외쳤다.

○ 무너지기 직전 만난 동병상련 사람들

그 즈음부터 ‘생명의 전화’ 자살자 유가족 자조모임에 참여했다. 7주간 매주 자살 유가족끼리 만나는 ‘희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주변에서는 다들 심장마비인 줄 알지만….” “결국 아내가 딸을 따라갔어요.”

이런 말들이 오갔지만 불편하거나 숨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고 편안했다. 그냥 손을 마주잡고 안아주기만 해도 위로가 됐다. 심리상담보다 더 힘이 됐다. 상담소에 가면 심리상담사가 오히려 당황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같은 프로그램을 세 번 반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자살이 일어나면 그 사람의 죽음에만 관심이 쏠려요. 남은 사람의 삶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고통을 견디지 못해 십수 년이 지나 고인을 따라가는 사람도 많죠.”

박 씨는 지난해 4월부터 직접 유가족 상담사로 나섰다. 일주일에 사흘 동안 반나절씩 ‘생명의 전화’에서 전화 상담을 한다. 유가족 모임인 한국자살자유가족대표도 맡고 있다. 자식을 잃은 부모가 회복이 가장 더디다. 내가 아니면 누가 그 마음을 알까. 지난해 A대학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했다. 그 가운데 한 아이의 엄마가 흐느끼며 전화를 걸어왔다.

“외동딸이 갔어요. 왜 그랬을까요?”

아픔을 감추려는 남편은 ‘그만하지’라며 호통을 친다고 했다. 아내는 벌써 잊었나 싶어 서러워진다. 항해하던 배가 부서진 것과 같다. 남은 가족은 난파된 배 조각에 매달려 위태위태하다.

또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아내가 너무 원망스러워요.”

아내를 잃은 남편은 갑자기 생계와 육아라는 현실적인 짐을 떠안게 된다. 가족의 도움을 받기도 힘들다. ‘너 때문에 내 아이가 갔다’는 처가의 비난에 가족과도 멀어진다. 수화기 넘어 “아이를 씻기고 먹이는 일조차 잘 안 돼요. 아빠 노릇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젖은 목소리가 들린다.

마음에 ‘주홍글씨’가 새겨진 사람들이다. 특히 마지막 모습을 본 사람은 평생 잊지 못한다. 상담 이후 꾸준히 연락해 오는 유가족이 80명 정도다. 하루 2, 3통씩 유가족이 전화를 걸어온다.

“폭우가 쏟아진 뒤 물에 잠긴 길을 건너봤어요?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허리를 감고 걸어갑니다. 힘들지만 유가족 역시 함께 밖으로 나와야 삽니다. 혼자서는 못 견딥니다.”

○ 그들을 살리며 살아야 할 이유 찾았다

자살 유가족에 대한 시선도 바뀌었으면 한다. 한마디, 한마디 눈물을 꾹꾹 눌러가며 기자에게 어렵게 속내를 털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자살 유가족은 대표적인 자살 고위험군. 예방이 필요하지만 상담비용이 높고 정보가 부족해 방치되는 사례가 많다. 자살이 발생했을 때 병원, 경찰서 등이 유가족을 자조모임에 바로 연결해 주면 이차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박 씨는 접었던 공부를 3월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가족을 잃은 사람끼리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싶어 사회복지학을 공부한다. 아이가 못다 이룬 꿈이기도 하다.

오늘 밤에도 아이를 업어주는 꿈을 꿀지 모른다. 꿈에서라도 다시 한 번 아들을 만져볼 수 있다면…. 아이에게 하고픈 이야기도 있다.

‘네가 엄마에게 남겨준 살아야 할 이유를 이제야 찾았다고….’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사회] 2012-02-14 09:30:00

올해 자살예방대책 3대분야 12개 중점과제 추진

 
충남도가 올해부터 자살 시도자에 대해 응급 의료비를 지원하고 유가족 지원 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한다.

또 자살 실태조사 및 자살 통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자살 예방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도는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2 자살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추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도는 자살 예방을 위해 ▲자살 예방 인프라 및 네트워크 구축 ▲고위험군 조기 개입 및 위기관리 ▲자살 예방 교육 및 홍보 등 3대분야 12개 중점과제를 선정했다.

먼저 '자살 예방 인프라 및 네트워크 구축' 분야에는 생명존중 자살예방 조례 제정, 시ㆍ군 지역정신보건센터 기능 강화, 자살 실태조사 및 자살 통계 DB구축, 생명사랑 지킴이를 자살 준전문가로 육성, 생명사랑 행복마을 육성 등이 담겨 있다.

자살예방 조례는 지난 3일 도의회 본의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자살 실태조사 및 자살 통계 DB 구축을 위해선 연말까지 5천만원이 투입된다.
'고위험군 조기개입 및 위기관리' 분야는 우울증 선별검사 및 치료비 지원, 자살 예방 상담 전화 운영ㆍ거버넌스 구축, 자살시도자 및 유가족 지원, 노인 외로움 해소 및 노후 생활지원, 건강관리 등으로 짜여 있다.

자살 시도자에 대한 지원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살 시도자 가운데 사후관리에 동의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하며, 총 1천만원을 투입해 응급 이송비와 외래 진료비 등을 지원하게 된다.

자살자 유가족의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전문가 초빙 심리상담과 모임체 운영 지원 등으로, 올해 천안시 자살예방센터에서 시범운영된 뒤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이밖에 '자살 예방 교육 및 홍보' 분야는 자살 예방 전문가 양성 및 현장 실무자 교육, 아동 청소년 생명존중 교육 및 정신건강 관리, 생명존중 자살 예방 홍보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강병국 도 복지보건국장은 "자살 예방은 정책적 지속성이 가장 중요한 만큼 복지보건국의 핵심과제로 선정해 자살 예방에 관한 법, 제도, 시스템 등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생명존중에 대한 인식 개선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0년 도내 자살 사망자 수는 914명으로 2009년(928명)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는 44.6명으로 전국 16개 시ㆍ도 가운데 가장 많았다. 전국 평균은 31.2명이었다.

(대전=연합뉴스)

 


기사입력 2012-02-12 07:33:00 기사수정 2012-02-12 07:33:43


러시아, 청소년 자살 열풍으로 충격

 

2주 동안 7명 자살…15~19세대 자살자수 세계1위

 
러시아에서 최근 청소년들의 자살 열풍이 번지면서 온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최근 2주 동안에만 러시아 전역에서 6건의 청소년 자살 사건이 발생해 7명이 숨졌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11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께 15세 여중생이 모스크바 시내 동쪽 '노보기례예프스카야' 거리에 있는 자신의 24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숨진 소녀의 할아버지는 손녀가 아버지와 다투고 나서 학교에 간다고 나간 뒤 23층과 24층 사이의 복도 창문을 통해 아래로 뛰어내린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소녀는 3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재혼한 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전에는 시베리아 도시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12세 소년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목을 매 숨졌고, 9일에는 극동 아무르주(州)에서 13세 소년이 성적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부모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데 불만을 품고 목을 매 자살했다.

같은 날 저녁 모스크바 '바르샤프스코예샤셰'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서는 15세 소년이 아버지와 언쟁 끝에 14층에서 뛰어내려 즉사했다. 이 청소년은 이날 급우들의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로 학교 당국이 아버지를 불러 비행을 지적한 문제로 아버지와 언쟁을 벌이고 난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아파트 창문을 통해 아래로 뛰어내렸다.

7일 저녁에는 모스크바 인근 모스크바주 로브냐시(市)에서 14세 소녀 2명이 16층 아파트 지붕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두 소녀는 서로 손을 맞잡고 아파트 지붕에서 몸을 던졌다. 숨진 한 소녀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2주 동안 수업을 빠져 야단을 맞을 것이 두려워 자살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대통령실 산하 어린이 권리 담당관 파벨 아스타호프는 "매년 러시아에서 1천 500여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살하고 있으며, 미수에 그치는 자살자 수는 그보다 3~4배는 많다"며 국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15~19세 연령대 청소년 자살자수는 러시아가 세계 1위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가족 간 갈등과 애정 문제, 심리적 질병 등의 이유로 자살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기사입력 2012-02-07 15:29:00 기사수정 2012-02-07 15:29:00


자살로 자녀잃은 부모도 ‘자살 고위험군’
 

  

"죄책감에 자기비난 심화"..사회적 대책 절실

 
"어미가 뒷바라지 못해주니까 카드 쓰고, 그 카드빚 때문에 집 경매 들어올까 봐 죽었어. 못난 어미가 죽인 거지. 혼자서 얼마나 힘이 들어 그렇게 갔을까 싶어. 어미가 죄인이지."

70대 여성 A씨의 아들(35)은 2009년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아들을 먼저 보냈다는 자책감에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밤이 되면 어떻게 또 이 밤을 보내야 싶어. 청심환 먹고 조금씩 자고 그랬어. 집안 어디서 아들 이름만 보여도 가슴이 벌벌 떨려"라며 괴로워했다.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가득 씨는 최근 발표한 박사논문 '자살로 자녀를 잃은 부모의 경험-참척(慘慽) 고통과 화해'에서 "연구 대상 12명이 모두 죄책감과 수치감을 느끼면서 자기비난을 심화해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2010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자살자 부모 12명을 만나 2∼6차례에 걸쳐 심층 인터뷰했다.
자살로 자녀를 잃은 부모는 매일같이 '악몽'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넋이 나감 ▲포장된 수치심 ▲참척 죄인 ▲유형의 땅, 정지된 시간 ▲위로받고 싶은 고통 ▲반쯤 꿰맨 상처로 살아지는 날들 등을 경험했다.

참척(慘慽)은 자식을 먼저 보냈다는 말로 소설가 박완서는 그 고통을 "자식을 앞세우고 살겠다고 꾸역꾸역 음식을 처넣는 어미를 생각하니 징그러워서 토할 것만 같았다"고 표현했다.

자살자 가족들은 또 하늘과 땅이 맞닿은 듯한 충격, 자살원인 둘러대기, 쏟아지는 비난, 자살에 대한 유혹, 남겨진 자식에 대한 책임감과 두려움 등을 경험했다.

심지어 한 어머니는 성공적인 자살을 위해 목맴, 투신, 자해 등의 자살 방법을 상세히 공부했다.

이들은 정신적 고통은 물론 수면부족과 호흡곤란, 가슴통증 같은 신체적인 증상을 겪고 있다.

실제 응답자 12명 중 2명은 자녀가 자살한 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2개월과 1년 안에 숨졌다.

김씨는 "자살자의 부모는 최고의 자살 위험군이며 대부분의 유족은 가족의 자살 사실을 비밀로 묻어두고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 살고 있다"면서 "정신과적 상담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2010년 국내 자살자는 1만5천566명으로 하루 평균 42.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기사입력 2012-02-04 03:00:00 기사수정 2012-02-04 19:44:29

“연탄 피우고 죽을래“ 할아버지 살린 한마디
 

‘자살 1위 지자체’ 오명 씻은 서울 노원구의 정성
통장 677명이 홀몸노인 말벗 돼주는 도우미
고독 달래주니 자살자 수 2년새 180→128명

2일 상계2동 11통장 백동진 씨가 홀몸노인을 찾아 말을 건네고 있다. 서울 노원구 제공

 
 
“요즘 통 외출을 안 하시던데, 의욕도 없고 밥맛도 없고 그러신가요?”

“어르신, 슈퍼 아저씨한테 죽고 싶다고 그랬다면서요. 할머니 돌아가셔서 그렇죠?”

서울 노원구 상계2동 11통장 백동진 씨(43)는 지난해 3, 4월 동네에 사는 홀몸노인 44명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우울증 및 자살 선별검사인 ‘마음건강평가’ 설문지를 손에 꼭 쥐고서다. 설문지에는 결혼상태, 생활수준, 학력부터 현재 생활에 만족하는지,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자살 시도를 해봤는지까지 사적인 질문이 담겨 있었다. 낯선 사람이 집에 찾아가 묻기는 어렵지만 동네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백 씨는 온갖 사정을 에둘러가며 모두 물어 알아낼 수 있었다.

“알고 있는 답은 대신 적었고요. ‘늙으면 일찍 죽어야지’ 하실 때 ‘왜 그러시냐’고 슬쩍 물어보면 ‘자식이 죽었다, 친구가 죽었다, 나도 따라 가야지’ 하는 이야기가 술술 나옵니다.”

홀몸노인은 누가 찾아만 와도 반가워한다. 당초 30분이면 모두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일이 잦았다. 백 씨는 “누구나 생활이 어려워질 수도, 가족과 헤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주변에 아무도 없는 어르신들이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채널A 영상] “어머니, 아들 왔어요” 독거노인 지키는 경찰
백 씨는 노원구가 지정한 보건복지도우미다. 노원구에는 백 씨 같은 통장이 677명이나 된다. 노원구는 이들을 통해 2010년 만 65세 이상 홀몸노인 1만1474명을 대상으로 생활실태는 물론이고 정신건강 조사까지 했다.

동아일보 DB

노원구가 대대적으로 우울증 검사를 한 데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노원구는 2009년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자살자가 180명으로 1위였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9.3명으로 자살률이 가장 낮은 서초구(15.4명)의 갑절에 육박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자살 통계를 분석해 보니 빈곤과 고독이 원인이었다. 개인이 아닌 사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이 시행돼도 주변의 관심과 배려가 없으면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자살자 가운데 74.2%는 무직과 일용직이다. 아예 생계곤란으로 자살하는 경우도 12.6%에 이르렀다. 노인 자살은 전체 자살의 28%를 차지했다.

▼ 자살 시도 70대 “돕는 사람 이렇게 많으니 살아야지…” ▼

2010년 노원구는 전국 최초로 생명존중문화 조성 및 자살예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해 이 조례에 따라 ‘마음건강영향평가’를 받은 사람은 홀몸노인을 포함해 기초생활수급자, 실직자, 청소년 등 총 5만여 명에 이른다. 검사 결과에 따라 우울증 위험이 있는 홀몸노인 1324명은 집중상담 서비스를 받았다. 이 때문에 노원정신보건센터 상담건수가 2010년 58건에서 지난해 2287건으로 폭증했다. 자살 시도자와 자살 유가족 등 고위험군은 불교 천주교 기독교에서 추천받은 ‘생명지킴이’ 400명이 따로 관리했다.

세 번이나 수면제를 먹고 자살 시도를 했던 정모 씨(74). 지난해 4월 다시 자살 생각이 떠나지 않자 상담번호를 눌렀다. 그의 첫마디는 “연탄 피우고 확 죽어버리고 싶다”였다. 정 씨는 5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동생들을 키우다시피 했다. 갈비집, 횟집이 번창할 때는 오순도순 가정도 꾸렸다. 그러나 부인이 외도로 집을 나간 뒤 인생이 무너졌다. 빚을 지면서 자녀 둘의 학비를 댔지만 지금은 연락도 닿지 않는다. 배신감 억울함 그리고 가족에 대한 분노로 가득한 상태였다. 노원정신보건센터는 매주 상담과 검사를 했다. 인근 복지관에서 매일 전화를 거는 말벗서비스를 제공했다. 푸드마켓에서는 밑반찬을 지원했다. 주민센터는 노인일자리 사업을 알선했다. 정 씨는 지금 “저를 돕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할 만큼 회복됐다.

성과는 숫자로 확인된다. 자살자가 2009년 180명에서 2011년 128명으로 줄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도 29.3명에서 2011년 21.2명으로 27.6% 떨어졌다. 노원구는 자살예방사업을 확대해 2017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1.2명까지 낮출 꿈에 부풀어 있다.


1 2 3 4 5